한입만

국민학교를 다닐 당시 따로 용돈을 받았던 기억이 없다. 그때 당시 50원이면 엄청 굵은 스티커가 겉봉지로 있는 껌을 사 먹을 수 있었다. 100원이면 색상별로 있는 쭈쭈바를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먹는 간식을 ‘한 입만~’ 하며 빼앗아 먹었다. 심지어 어떤 날은 친구가 먹던 사탕을 ‘한 입만~’ 하며 달라고 하고 입에 넣고 안 돌려 줬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고약했던 것 같다.

하루는 친구들이랑 집에 가는 길에 친구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한 입만~’ 달라고 졸랐다. 친구도 계속 달라고 하니 못 이겼는지 한 입 먹으라고 나에게 건내 주었는데 내가 한 입 먹겠다는 걸 크게 베어 물었나 보다. 그걸 친구가 타박하고 그랬었다. 그때는 뭐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 그런 일이 있었네 하고 집엘 갔는데.

집에서 갑자기 어머니가 부르시더니 내일 부터는 간식 같은게 먹고 싶으면 엄마가 주는 ‘쿠폰’을 가지고 슈퍼에 가서 사먹으라고 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얼떨에 받은 쿠폰으로 간식을 사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냥 좋았던 것 같다.

 

후에 어머니가 그때 얘길 하셨다. 내가 친구한테 ‘한 입만~’ 하며 빼앗아 먹고 면박 받는 걸 저 멀리 창고에서 일하시던 엄마가 보고 계셨던 거다. 거리가 꽤 멀었음에도 제 아들인 줄 아시고 그 모습이 속상하셨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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