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3코스 맛보기

평소 집에서 뒹굴뒹굴 구르던 집돌이 모습과는 다르게 오늘은 서울둘레길로 나섰다.
쉬운 코스, 어려운 코스, 긴 코스, 짧은 코스 다양한 둘레길이 있다.
마침 집 근처 가까운 곳에 3코스 쉬운 길로 향했다.


3코스는 수서역에서 시작해 광나루역까지 가는 무려 9시간 짜리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섰기 때문에 ‘둘레길 맛보기’ 정도로 걷기로 했다.

둘레길을 처음 걸어봐서 그런지 길 하나하나가 생소했다.
가는 중간에 다행히 ‘서울둘레길’ 표지판이 있어 길 찾는데 애를 먹진 않았다.
그래도 지도 없이 떠나기는 어렵다. 전체적인 코스에 대한 간략한 정보는 필요하다.

출발 시간인 오전엔 날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둘레길을 걸을 때도 우중충 한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운치 있고 걷는 맛이 있다.

코스 중 하나인 성내천에서는 마침 나눔장터가 열렸다.
단촐한 바자회인줄 알았는데, 가정집에서 나온 상인들이 긴 성내천을 따라 늘어서 있다.

중간에 부모님을 따라 나온 아이들도 보였다.
사진엔 없지만, 어떤 조그만 아이는 애기 옷들을 팔겠다고 앉아 있었다.
애가 어른인양 장사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성내천에는 잉어같은 큰 물고기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주변엔 나무가 잘 심어져 있어 걷는데 허전해보이지 않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어떤 아저씨께서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는데 그 옆을 오리무리가 끼어들었다.
오리무리 중에는 새끼를 동반한 오리가족도 있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오리새끼들은 엄마로 보이는 오리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성내천을 따라가는 길 주변에는 텃밭이 여러 곳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판매도 하는지 노점같은 것들도 보였다.

성내천을 벗어나 ‘방이동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에 모종을 파는 곳도 보인다.

가는 중간중간 어김없이 길 안내를 해주는 둘레길 표시가 있다.

 

생태학습장 바로 옆에는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다.
서울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포상 형식으로 스탬프를 찍게끔 해준 것 같다.

스탬프를 찍을만한 곳이 없어서 들고 갔던 책에 스탬프를 찍었다.
스탬프가 생각보다 귀엽고 잘 나왔다.

생태보전 지역은 규모가 꽤 넓다.
주로 어린 학생들이 학습을 위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관리하는 분이 안 계셔서 처음 들어갔을 때는 여기 들어와도 되는 건가 긴가 민가 했다.

그래서 ‘여긴 자유롭게 그냥 보고 지나가는 건가. ‘ 하고 위 사진에서의 그물망을 들고 ‘물이나 떠볼까.’ 했는데,
갑자기 관리인 분께서 ‘어떻게 오셨냐’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방문한 어린이들을 안내하느라 못 봤던 것 같다.

안내원 분께서 처음엔 내가 나쁜짓을 하는줄 알고 경계하시다가 아닌 것을 보고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셨다.
생태원 내에는 논습지가 있는데 그곳에 벼 모종을 아이들과 함께 심고 습지에서 나오는 곤충들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준다.
위에 보는 것 처럼 여러 곤충들이 있는데 오른쪽 위에서 두번째 행, 두번째 열에 있는 게 잠자리 애벌레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시골 살면서 잠자리는 참 많이 봤는데 잠자리 애벌레는 처음 봤다.

마침 예쁜 꽃도 피어 있다.


생태길을 지나 일자산을 둘러 갔다.
일자산을 두르는 코스는 도심이랑 멀어지는 코스라 이쯤에서 둘레길 나들이를 마무리 했다.
가뿐히 걸으려던 생각과 달리, 코스에서 코스로 이어지는 길이 재미있어 준비 없이 무리하게 움직였다.

일자산을 두르는 둘레길 코스를 가지 않고 다시 시내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는 강동그린웨이가 있다.
강동그린웨이에는 넓은 잔디공터가 있다.
여러 시민들이 나들이를 나와 쉬는 것이 보였다.

 

서울둘레길을 이용해본 소감은 ‘생각보다 재밌다.’ 이다.
서울의 색다른 모습을 보았다.
서울 토박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지낸 시간이 꽤 되었음에도 서울을 잘 모른다.
발로 직접 여러 곳을 들러보니 서울이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늘 경직된 듯한 도심에서 벗어나 색다른 여유를 즐기니,
쉼표 있는 여행을 맛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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