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참으로 굵은 책이었다. 매우 긴 호흡의 책이라 뒤에 가서는 앞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가물 가물 해졌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이 어떻게 발전 해왔는지에 대한 평이한 과학적 사실들이 나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과 달리 책에는 질문과 모호함이 넘쳐났다. 이 점이 책에서 전하는 과거 인식에 대한 가장 큰 메시지로 보인다. 우리가 유인원은 다들 원숭이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고 우리 보다는 지적인 면에서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데, 유발 하라리는 잘 못 된 고정 관념들을 깨뜨리는 질문을 한다. 과연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원숭이 처럼 생긴 사람들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종의 과거는 현시점에서 파악 가능한 증거들을 기반으로 형성된 일종의 고정 관념일 수 있다. 때문에 유발 하라리는 ‘모른다’ 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아니 다 모르는 얘기를 왜 나열하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좀 더 읽다 보니 그러한 ‘모름’에서 나오는 ‘질문’들을 내놓는 것이 그의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많은 선택적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현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자연스레, 당연히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과거로 돌아간 시점에서는 많은 선택지들 중에 ‘지금’이 선택된 것이다. 특정 엘리트 한 사람이 인류를 이끌어 왔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속에는 수 많은 호모 사피엔스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고 선택하게 만들며 이 자리에 왔다.

특별히 인류가 여타 종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집단으로써의 행동이 다른 종에 비해 강했다는 것이다. 다른 종은 몇 천, 몇 만, 몇 백만의 개체가 모여 하나의 특정한 목표로 움직이기 어렵다. 하지만, 상상이 가능한 인간이라는 종은 특유의 상상력으로 실제 하지 않는 개념들을 만들어 모였다. ‘낭만주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자본주의’ 등 실제 하지 않는 것에 사람들은 모이며 행동했다. 그러한 인류의 집합이 오늘날을 만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책 서두의 많은 내용들에 호모 사피엔스가 변천한 과정을 되짚었다면, 끝으로는 실질적 가능성을 기반으로 “이후에는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에 대한 상상을 해본다. ‘사이보그’, ‘유전자 변이’ 등은 머나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소의 귀를 쥐에게 이식해서 자라날 수 있게 만들어진 상태다. ‘신’이라는 존재는 과연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이후의 사피엔스 세대를 직접 창조하는 것이 신에게 도전하는 행위일까?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상태에서 인류는 앞으로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신인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그런 시대가 곧 도례할 것이므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라고 얘기하지 않고 ‘가능하다.’ 고 얘기했다. 이는 우리가 맞이하게 될 변화의 속도를 우리의 인지적 능력이 따라가지 못 할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상기 시킨다. 최근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유도 이런 결과라 생각된다. 기술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우리가 거기에 적응할 시간 조차 주지 않고 다음 기술이 등장한다. 많은 윤리적, 법적, 종교적 문제들이 이러한 변화에 둔감한 상태다. 계속 이런 상태로 간다면 우리는 큰 쇼크 상태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 153p

볼테르는 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하인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는 마라. 그가 밤에 날 죽일지 모르니까.” – 166p

고대 이집트의 엘리트처럼, 대부분의 문화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피라미드 건설에 삶을 바쳤다. 문화에 따라 피라미드의 이름과 형태가 달라질 뿐이다. – 174p

사람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가능성을 금지하는 장본인은 바로 문화다. – 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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