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돌의 아우성’ 을 돌아보며

‘모난돌의 아우성’


– 내꿈이 뭐게?


문학의 밤을 되 짚어 본다. 11월 즈음 문학의 밤을 준비하고 구성하려 했을 때 ‘내가 한번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부 헌신 예배 때도 문학의 밤 때를 위해 음향 시스템도 미리 배치해 보고 오프닝 영상도 만들어 가며 이건 이렇게 해야지 저건 저렇게 해야지 생각만 가득하였다.
처음 문학의 밤을 준비할 땐 순조로웠다. 전도사님께선 미숙한 나를 존중해 주셨고 동료 선생님들도 어린 나지만 존중해 주셨다. 선생님들께서 편하게 나를 봐주셨기 때문에 문학의 밤 기획을 맡을 수 있었다. 처음 문학의 밤 초안을 짜기 위해 전도사님 댁에서 김진영 선생님, 우람이, 우림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모여 앉았다. 제일 먼저 해야 될께 무얼까 생각하다가 문학의 밤 주제를 설정하는게 좋겠다고 생각됐다. 일단 주제가 정해지면 프로그램은 그에 맞게 짜여 질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편해질 것이다. 라고 예상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제는 쉽사리 나오질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림이가 “내 꿈이 뭐게?” 라는 말은 내 뱉었는데 왠일인지 그게 확 와 닿았다. 나의 현재의 상황 때문일까? 꿈.. 어느새 꿈이란 단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상’ 이 되어버렸다. 꿈.. 내 꿈이 뭘까?
이런 고민을 중고등부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다. 더 나아가 문학의 밤에 오게될 학생들 부모님들 교회 어르신들 가운데 ‘누군가 한 사람’ 에게 어떠한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일이 큰 떨림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미세한.. 아주 고요한 순간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나아가 조금 큰 조금 더 센 진동으로 떨림으로 변해간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한 사람’ 의 변화를 위해서 문학의 밤을 준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어려운가. ‘누군가 한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구원될 수 있다. 한사람의 변화는 미약하지만 그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 또 다른 한 사람에게… 전할 수 있다.



주제가 설정되면서 기본적인 프로그램들을 구상했다. 먼저, 각 부서별 프로그램은 정해져 있는 것이므로 제외하였고 그 외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생각해 봤는데 예상외로 쉽게 쉽게 결정 되었다.



주일날 처음 아이들에게 문학의 밤 주제를 이야기 했다. 다 좋을 거라 생각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 했다. 사실 ‘꿈’이라는 주제는 비젼이나 다른 무엇으로도 많이 접했을 주제였다. 나 혼자 기대감에 부풀었던 건 아닌가. 그렇다고 이제와 바꾼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있었다. 모든 사람의 의견들을 다 수용할 순 없었다.
주제를 이야기하고 각 부서별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했다. 더불어 추가될 프로그램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뮤직비디오와 인터뷰 영상은 어떻게 해야 될지 프로그램은 쉽게 정해졌지만 막상 할려니 무언가 부족했다. 이경수 선생님께서 주제가 정해졌으면 그 주제에 따라 전체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라는 얘길 하셨다.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므로 각 부서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꿈과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교체 하길 바라며 아직 준비가 덜 된 부서에겐 주제에 맞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각 부서별로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만은 뭔가 빠진 듯 했다. ‘어떻게 하면 꿈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중고등부 애들이 가지고 있는 꿈 말야.’ 어떤 아이는 꿈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문학의 밤이 준비 되든 말든 나완 먼 나라 이야기 였기도 했다. 또한, 무언가를 준비하며 아이들에게 하나 하나 맡기는데에도 문제가 있었다. 예상외로 열정적이지 않았다. 혼자 들 뜬 것이다.
애초에 주제를 정하고 프로그램을 정함에 있어서 아이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나 역시 내가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있었을 때 불 탔던 것 처럼 아이들 역시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에 열정을 가졌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곧 잘 따라 주었다. 물론 전체로 봤을 땐 시큰둥 하고 의욕도 없는 아이도 있었지만, 반면에 즐거워 하고 기대를 갖는 아이도 있었다. 어느 한쪽만을 위할 수 도 없었다. 믿고 하는 수 밖엔..


11월이 한 주 두 주 지나며 프로그램을 좀 더 다듬고 기획서를 작성하여 얼추 틀을 잡았다. 하지만, 틀을 잡는데 있어서 너무 시간이 걸렸다. 초반에 지나친 여유를 부린 탔이다. 12월이 사실 바쁠 것이다. 라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 지나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총괄을 해야될 내가 각 프로그램에 미치는 곳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분담을 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것이다. 영상이면 영상만 연극이면 연극만 달인이면 달인만 준비했어야 했는데 여기저기 더 좋은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손을 뻗쳤더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과 나의 시험기간이 문학의 밤을 하는 날에 겹쳐져서 더 심각해 졌다.


애초의 기대와 열정은 12월에 들어가면서 조급함으로 바뀌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열심히 한 아이들이었지만, 역시 준비가 덜 되었다. 마음이 좀 더 조급해졌다.



시험기간이 왔다. 제대로 문학의 밤과 겹쳤다. 문학의 밤 전 주 토요일에 운영체제 시험이었고 문학의 밤 주간 월요일에 임베디드 시험 화요일에 데이터 베이스 시험 토요일(문학의 밤 당일) 과제 세개 제출. 순간, 자포자기 심정이 됐다. 이런 상황이 되니까 무언가 하나하나 해가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하나 둘 포기하는 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붙잡을 수 있는건 붙잡아야 했다. 무엇이라도. 운영체제 시험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고 임베디드 시험과 데이터 베이스 시험은 손도 못댔다. 시간이 아에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지쳐버리니까 몸도 지쳐버렸다. 그렇게 두 개 시험을 망쳐버렸다. 그래도 그건 마음에 큰 짐이 되진 않았다. 당장의 운영체제 과제와 문학의 밤이 문제였다. 문학의 밤에 온 신경을 집중하자니 그동안 공부를 꾸준하게 해 오지 않은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과제를 한다고? 당치도 않았다. 문학의 밤은 나 역시 꿈을 갖고 시작한 건데.. 또한 나는 앉아서 머리만 굴려댔지만 아이들과 선생님, 전도사님은 땀 흘려 준비한 일들이다. ‘누군가’를 위해 그 자리에 오실 하나님을 위해. 망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해야했다. 시험 두개를 날로 먹어버렸지만 부랴부랴 운영체제 과제를 하나씩 해나가며 병선이와 요한이에게 당일 필요하게 될 프로그램들을 준비시켰다. 빨리 과제를 마치고 도와줄 심산으로 같이 밤을 샜는데 예상보다 과제는 늦게 끝나 버렸다. 병선이와 요한이를 집으로 보내고 나는 컴퓨터를 싸 들고와 병선이가 작업한 영상에 빈 공간을 채웠다. 그러곤 잠깐 잠들었다가 문학의 밤 준비를 위해 교회로 갔다.


분주한 움직임. 떨림. 설레임. 두려움. 온 갖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떻게든 해야되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마이크를 세팅하고 영상과 음악을 준비했다. 시간은 차즘차즘 갉아 먹듯이 줄어들었고 문학의 밤… 5시가 되었다.


찬양단의 준비찬양이 이어졌고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보여졌다.


 


 


 


 



모든 걸 돌이켜 보면 참 사람의 손으론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잘되던 오프닝 영상이 끊어지질 않나 무대용 TV가 안나오질 않나 스피커가 갑자기 안나오고 마이크 소리가 안나오고 음악이 안나오고.. 하하.. 웃음밖에 안나오지만 내가 참 작은 사람이란 걸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나의 열심으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준비도 하나님께서 운행하셨다면 결과도 하나님께서 운행하신다. 비록 조금 부족한 모습이얼진정 하나님께서 아이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받으셨을 거라 믿는다.


또한, 그자리에 어떤 누군가가 왔는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으리라 믿는다.



참 많이 떨렸을 우리 아이들. 마치는 순간에 같은 자리에 있지 못했지만, 그 아이들이 이번 문학의 밤을 통해 한발짝 더  내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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