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이번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추가로 하고 싶은 것은 자원 봉사와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수단으로써 사용할 것이다. 

전에 유럽 여행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내 여행이 관광으로 점철되는 것이었다. 나는 박물관을 보러 온 것도 아니고 유명하다는 건물을 사진 한장 찍기 위해 온 것도 아니었다. 내 순수한 여행 목적은 느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는 것도 없고 느끼는 것도 너무 어렸다. 지금에 와서 돌아본다면 아쉬움이 많다. 여행으로 갔지만 여행으로 가지 못 했다.

핑계 일지 모르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였다. 뭔가 소통하고 싶었으나 내 입은 굳어있었고 더불어 표정도 굳어 갔다. 애써 나는 즐기고 있다고 자위했으나 만족스럽지 못 했다.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모든 것들을 언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덮어버렸다. 물론,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말하진 않는다. 내가 지나왔던 유럽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하지만, 기회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영어를 잘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번 ‘유랑’ 그래. 유랑이라 명명하자. 어학연수라는 무게로 나를 몰아가기 싫다. 
‘유랑’ 으로 인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이야기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는다. 흔히 사람들은 이런 얘길 한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열 권도 더 될 텐데…”  

삶이 궁금하다. 인생이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우리 나라에 있다 보면, 대학생이란 신분. 취준생이란 신분. 직장인이라는 신분. 등 남들이 부여하는 내 위치를 갖게 되면 그 위치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을 사는 것일까? 행복한 삶이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것일까?
물론, 하루 밥 한끼를 해결하기 힘든 사람들에겐 이러한 이야기들이 허무맹랑한 소리이며 배부른 소리 일수도 있겠다.

대학원 졸업 후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 건 아무래도 취직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취직을 하면 나의 무언가가 거세당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때문에 불현듯 표면적으로 어학연수라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1년 이라는 시간을 대출한다. 그 후에 있을 압박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주변에서의 만류와 그리고 돌아와서의 걱정들. 

하지만, 그것 보다 더 큰 기회가 내 앞에 놓일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모든 걸 무릅쓴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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