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 뭔가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는 것에 대한 매력이랄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언젠가 한번 꼭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찰나. 대학에 입학하여 몇몇 맘 맞는 친구들에게 자전거 여행을 제안했다.

초반 반응은 “진짜 가게?”라는 반응이었다가 계속 보채니까 이내 “그래. 가자.”라는 대답을 들었다. ‘꼭 가야지’라고 맘먹고 방학 후 바로 아르바이트에 돌입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두둑한 목돈도 생겼겠다. 친구들에게 “자! 이제 가자!”라고 했더니 이내 녀석들은 내 제안을 회피했다. 결국, 못 내 아쉬워 혼자라도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자전거를 구입하기로 했다. 자전거만 구입하면 만사 오케이인 줄 알았더니 자전거 관련 부품은 왜 그리도 많은지. 게다가 중간중간 텐트 치고 노숙을 해야 했으므로 준비물이 꽤 되었다. 그래도 들뜬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여름 장마가 끝나고 때는 이때다 싶어 자전거에 올라 강원도를 향해 움직였다. 초기 목적은 강원도를 지나 해안로를 따라 쭉 내려가 남해 쪽 구경을 하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한동안 운동도 안 한 비루한 몸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자니, 이게 자전거를 끌고 가는 건지 타고 가는 건지 헷갈리도록 느렸다. 30분 달리고 10분 쓰러져서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 가관인 것은 자전거 여행을 처음 하는 녀석이 하필이면 왜 강원도를 먼저 찍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쪽으로 가면 바다에서 수영이라도 할 것 같았나. 이 멍청한 선택으로 인해 나는 수많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했다. 아. 인생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이루어졌다고 했던가.

첫날, 70km 정도를 달렸던가? 잘 타는 일반 성인 남성들은 100km 이상을 달린다던데. 내 체력은 왜 이런가. 저녁엔 야맹증 때문에 주행을 할 수 없었으므로 일찍부터 잠 잘 곳을 물색했다. 초반엔 교회를 찾았다. 여러 자전거 여행 후기를 보니 교회에서 인심 좋게 잠을 재워주는 분들도 계시다 하여 시골 교회 한 곳을 찾았다. 그런데 교회 사모님 같은 분이 나오시더니 안된다고 하셨다. 별 수 없이 옆에 수련원 같은 곳 운동장에 짐을 펼쳤다. 수련원이라도 혹여 뭐라고 할까 봐 경비 아저씨 같이 보이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텐트를 쳤다. 텐트도 혼자 쳐 본적은 이때가 처음인 것 같다. 열심히 텐트를 쳐 놓고 나니 뭔가 안정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어떤 어르신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자전거 여행하는 중이냐고 물으시며 아까 전 교회의 목사님이라고 하셨다. “왜 교회를 찾아와 재워 달라고 했느냐?”라고 물으셨는데 “교회는 열린 공간이고 더 잘 받아 줄 것 같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목사님께서는 사모님께서 혼자 계셨었는데 젊은 청년이 혼자 와서 경계심에 피하셨다고 말씀해주시고 따라오라고 하셨다. 내 처참한 몰골이 불쌍하였는지 마을회관에서 씻을 수 있게 배려해주시고 저녁 식사도 대접해 주셨다.

밤이 되자 텐트에 누워 ‘내가 정말 여행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훌쩍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뭔가 어리둥절했다. 밖은 조용했다. 수련원 넓은 운동장 한 구석에 텐트를 쳐놨더니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만 해도 화장실조차 혼자 못 갔었는데.. 가져온 MP3로 라디오를 들으며 익숙지 않지만 애써 잠을 청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숱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정신줄 놓고 자전거 탄 기억밖에 없다. 또한,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갔다 와서 뭔가 아쉬움도 한편에 남았다. 그래도 그때 힘들었던 것보단 홀로 무언가 시도했고 해냈다는 감정 때문인지 꼭 한 번 더 자전거 여행을 해야지 라고 마음먹었다. 

첫 자전거 여행이 두 번째 자전거 여행을 부른다. 조만간 자전거를 타게 될 것 같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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