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묻는다] – 문재인 : 그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보자

2012년 대선을 앞둔 당시,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 다만, 뒤늦게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되면서 스스로에게 ‘왜 그리 관심이 없었을까?’ 라고 되묻곤 했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라는 책과 ‘나꼼수’ 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정치라는 것이 우리네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2012년 대선은 내게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대선이 있는 해에 나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지내고 있었다. 해외임에도 어떻게든 투표를 하고 싶었다. 그 때 부터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찾아보고 안철수와 후보 단일화 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재외국민투표 위해서는 내가 지내던 브리즈번이라는 곳에서 시드니로 가야지만 투표가 가능했다. 무려 비행기를 타고 투표를 하러 갔었다. 어찌보면 유난스러운 행보였을 수도 있다. 무려 일하고 있던 공장에 없는 휴가 까지 쓰며 양해를 구하고 갔다 왔었으니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 패배했다는 사실에는 조금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MB를 지나 온 우리나라였기에 당장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만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 또는 마지막 희망과는 다르게 박근혜 정부 들어 여기저기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초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특별한 대외적 일은 없었기에 별일 없나? 했었는데 부정선거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거기에 더해 박근혜라는 사람에게 극도의 실망을 가져온 최순실 비선 실세 사실이 드러났다.

그 과정을 지나오며 피해를 본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었다. 내 가족이 피해를 보았고 내 이웃, 그리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실 <닥치고 정치>에서 김어준이 박근혜를 분석했을 때 사심은 없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어마무시한 돈을 쓸어 담았을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가 돈에 욕심 가질 일은 없고 그나마 심각하게 건들만한 사항이 역사 문제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 정도의 비리를 저지른데에 더해 역사를 팔아 먹은 건 덤이었다.

아마도 이번 박근혜 게이트를 겪으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것이라 느껴진다. 광화문 거리에서 촛불 집회를 참여하는데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들이 기억난다. ‘속았다.’ 라는 얘기를 하며 지난 시간을 후회한다는 이야기였다. 한편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에게 속으려면 그 전에 그 누군가를 믿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속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정치에 대한 혐오가 파다 하게 퍼진 것은 아닐까.

문재인의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살아있는 그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동안 여러 언론 매체에서 그를 다뤘다. 사실 다뤘다는 말 조차 그들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솔직한 얘기로 언론에서 문재인을 갈기갈기 찢어놨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도 왜곡된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언뜻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언론이 이야기 하는 문재인이 진짜 문재인인가?’ 그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접하고 찾아본 것은 없고 나 역시 지나는 이야기들을 전해들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인권변호사였다는 것과, 그가 지난 2012년 대선 토론회에서 보였던 진정성 정도만 내가 느낀 것이었다.
그럼에도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있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시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었을 것이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문재인의 친구인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너무 멋진 말이라 생각하며, 큰 신뢰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문재인은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투영해 본 문재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안개 같은 생각 속에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읽은 후  ‘아. 이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문재인이구나.’

사실 대부분의 언론에서 단편적 문구들로 흔히 말하는 ‘문재인 까기’가 많았다. 그의 말을 어떻게든 뜯어서 악성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글에서 읽는 그의 모습은 단정하였고 원칙적이었으며 굳은 심지를 갖는 모습이었다. 나는 문재인이 단지 시대에 밀려 대통령이 되려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내 예상을 넘어 그는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과 국민에 대한 사랑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가 대통령이 안 되더라도 ‘내가 지인으로 아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런 선생이 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우리 나라의 여러 부도덕함과 부정을 지켜 보면서 ‘이런 사람이 아직도 우리 나라에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여기 저기 들추어 보면 썩은 냄새 진동하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았는데 자기가 세운 원칙과 기준을 꾸준히 지키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격스러웠다. 물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문재인 말고도 이런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책에 쓰여진 그의 담백한 어린 시절은 우리네 삶과 많이 맞닿아 있었다. 내가 현재 32살인데 내 아버지의 어렸을 적 삶과 너무도 동일한 점들이 많았다. 배고픔을 들판에서 해결 했던 것이나, 사고 싶은 걸 부모님께 떼 쓰지 못 했던 것들. 그런 모습 하나, 둘 둘러보니 정치인 문재인이 아니라 인간 문재인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성장하며 겪어 온 대한민국의 굴곡과 역사가 그 안에 묻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또한, 대한민국이 묻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확실한 대안들을 갖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사실 우리나라는 여러 강국에 끼인 상태인데다 늘 긴장이 고조되어있는 국가이다. 때문에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과 원칙을 가진 정치가 중요하다. 그동안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 바른정당)은 국민 불안을 자기네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들을 많이 사용했다. 알게 모르게 그들이 저지른 비리와 부패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역사에서의 많은 빈곤과 기아는 꼭 식량 부족으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분배의 불합리로도 발생한 문제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는 우리 삶을 이루는 근간이다. 국민의 대의를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수밖에 없다. ‘믿을만한 사람’을 뽑아 놓고 몽땅 떠넘기는 것이 아닌, ‘소통하는 사람’을 뽑고 꾸준히 대화 해야 한다.

2017년 5월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그러니 우리는 이번 대선으로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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