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시그널 감상

시그널은 과거 ‘동감’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무전으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소재로 제작 된 드라마다. 현재의 형사 ‘박해영’과 과거의 형사 ‘이재한’이 서로 무전으로 소통하며 미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는 미제로 남게되는 사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각 사건들이 현재에 미치는 엄중한 영향들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를 보며 나도 어느덧  ‘세상이 원래 다 그래.’ 라는 타성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떠올렸다. 어렸을 적엔 정의의 용사가 나쁜 악당들을 물리치고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고, 나쁜 놈들은 언젠가 처벌 받을 것이라는 ‘권선징악’이라는 것을 믿고 살았다. 때문에, 스스로도 ‘나쁜 짓은 하면 안 되는거야.’ 라며 최대한 바르게 살고 올바르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하나 둘 원칙을 어기는 사소한 일들이 생겨났다. 가령 초등학생 때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 땐 항상 손을 들고 파란 불일 때 건너는 것이다.’ 라고 배우지만, 어느덧 급할 땐 파란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나가는 차가 없나 확인하고 휙 지나가기도 하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카메라가 있으면 속도를 늦추고 그 후에는 좀 빨리 달리는 등의 사소한 원칙을 어겨간다.

때문에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이재한 형사의 오지랖은 어떻게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게 느껴질 정도이다. 슬램덩크의 명대사 중 하나인 ‘포기하면 편해’ 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직선으로만 가는 그의 모습에 ‘왜 저렇게 답답하게 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재한 형사를 꾹꾹 누르는 김범주 국장의 대사들을 내 맘속에서도 이재한 형사에게 쏘아댔다.

현실의 불공정한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이재한 형사는 너무도 필요한 존재이다. 사실은 나의 삶도 이재한 형사 같은 삶을 살길 바랐고, 누군가 그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를 보며, ‘저런 사람이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했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미제 사건들이 있었고 그로인해 남모를 슬픔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비단 살인 사건 뿐만이 아니라 도처에 존재하는 많은 불공정과 부패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 또한 부지기수 일 것이다.

지난 무한도전의 ‘나쁜 기억 지우개’ 에피소드를 본 것이 생각난다. 이 편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아침 새벽 부터 일어나 저녁 늦게 까지 공부하는 그들은 꿈을 향한 자신감 보다는 흘러간 시간들 속에 더 노력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까지 했으면 그들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데 단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이다.

이 후,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더 기가 막히고 울화가 치밀었다. 정작 위와 같은 고시생들은 자기가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파헤친 것과 같이 높으신 곳에 계신 어느 누구들은 자신들 끼리 알아서 잘 채용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시그널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길로 빠진 이유는 이재한 같은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었다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공정하게 판단했다면 저런 비리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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