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앵두와 같은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과일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은 내게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께서 집 옆에 있는 텃밭에 복숭아, 자두, 앵두, 사과 나무 등 여러 나무를 심으셨다.

나무들이 열매를 맺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새로 묻힌 땅에 뿌리를 깊게 뻗어 적응이 끝난 후에 하나 둘 열매를 맺기 시작 한다. 앵두 역시 2년인가 3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주렁 주렁 열매를 맺었다.

한 번은 아버지가 앵두나무에 농약을 뿌리시고는 비 올 때 까지 먹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비 오는 날만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마침내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날에 우산을 쓰고 기어코 앵두를 따 먹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앵두를 좋아한다. 아버지는 내가 그런 과일을 좋아하는 걸 아시고 앵두가 날 때쯤 앵두가 얼마나 달렸노라고 전해주신다. 앵두 핑계를 삼아 아들 얼굴 한 번 더 보려는 아버지 마음이건만 나는 앵두 바라기로 유혹아닌 유혹에 끌려 시골에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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