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열> 역사와 영화 사이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보았다. ‘박열’은 다소 생소한 역사인물이다.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탓도 있겠지만 굵직한 업적 위주로만 접했던 역사인물이 대부분이어서 처음 들어본 것도 있겠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간으로서의 주권 의식에 대한 큰 변화를 겪는 시기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박열은 아나키스트였다. 형식화되지 않은 자유를 지향하는 그의 자유 분방한 모습이 영화 곳곳에서 표출되었다.

아나키즘 : 일체의 정치 권력이나 공공적 강제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려는 사상

영화 <박열>은 현실 고증 다큐멘터리가 되지 못한 역사영화 같았다. 다큐멘터리라면 다큐멘터리로 극적인 영화라면 영화적 성격을 한 껏 뽐내야 할텐데 무언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의 영화다. 인물 자체의 생소함도 있지만 박열과 여주인공 ‘카네코 후미코’가 서로 교류하는 감정도 시청하는 나에게 전해지지 않아 두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는 하는 것도 어려웠다. 둘이 같은 이념과 사상으로 서로 진실한 연대와 애정을 이루는 것은 알겠으나 그게 나에게로 까지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다. 인물의 감정에 큰 공감을 하지 못하니 영화가 매우 정적으로 느껴졌다.

반면 영화에서 재미났던 점은 관동대지진의 원망이 천황으로 쏠릴 뻔한 과정을 교묘하게 조작해 가는 정치 권력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현실적인지 지금에도 꾸준하게 있어왔던 언론의 조작 활동과 정치적 암투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바뀌지 않은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편, 친일세력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여러 왜곡된 보도 조작들을 역사에서와 똑같이 이어오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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