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는 어디선가 전례동화로 들어봤을 법한 꽤나 유명한 작품이다. 극본 스타일의 책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런 고전 작품은 낯설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고전 읽기를 시도하다가도 여러번 고배를 마셨다. 차분히 읽어보니 생각과는 달리 베니스의 상인은 대사 하나하나가 착착 감기며 특유의 호들갑스러움에 웃음이 나는 책이다. 마치 내 앞에 배우들이 서서 연극을 하고 있다는 상상으로 책을 읽어보면 한층 더 재미 있게 느껴진다.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이라는 상인이 안토니오라는 상인에게 돈을 빌려 주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가 포셔라는 여인에게 사랑에 빠져 포셔와 결혼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데 돈이 없어 안토니오를 통해 샤일록에게 빚을 진다.

샤일록은 그동안 자기를 책망하고 더러운 개 취급한 안토니오에게 복수심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논리로만 본다면 샤일록은 고리대금 업자이지만 너무할 정도의 비판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동정이 잠시 든다. 하지만 그의 지나친 복수심은 오히려 그를 동정의 여지조차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포셔의 아버지는 딸을 얻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시험은 구혼자의 현명함과 딸을 향한 사랑을 평가하기 위함인데 처음엔 이 시험을 당당히 통과한 바사니오가 참 현명한 사람이다. 생각했는데 한술 더 뜨는 포셔의 지혜와 잔망스러움에는 혀를 내둘렀다.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재판을 솔로몬과 같이 절묘하게 판결하고 바사니오의 사랑이 온전히 자신을 향하도록 포석을 만들어 쥐고 흔드는 재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능청스레 바사니오를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오는 한편, 말괄량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포셔를 한층 사랑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베니스의 상인이 매우 오래전에 쓰인 책이라 대사로 표현하는 농담들이나 은유가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때문에 맛깔날 정도로 책이 읽히진 않지만 그럼에도 물 흐르듯 흘러나오는 배우들의 대사는 충분히 한편의 연극을 맞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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