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

어렸을 적 집 마당 앞에는 녹색 페인트 칠이 된 낡은 자전거가 있었다. 자전거엔 밤에 이동할 때 쓰라고 발전기형 전등이 있었다.
패달을 밟으면 자전거 바퀴가 돌아가고 발전기는 패달에 착 붙어서 바퀴가 도는 것 만큼 빠르게 돌면서 전구의 불을 켰다.
자전거 바퀴가 돌자 신기하게 불아 들어오는 전구가 신기했던 나는 불을 켜 보겠다고 작은키로 패달을 밟을 수 없어 손으로 패달을 신나게 돌렸다.
그러다 실수로 체인에 손이 끼어 엄지 손톱이 나가버렸고 피가 철철 흘렀는데 무섭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엉엉 울기만 했다.
엄마 아빤 밭에 나가 늦게 까지 일하시느라 그 사실을 몰랐다.
앞집에 아주머니가 애가 갑자기 펑펑우니 놀라셔서 오셨는대 피 흘리는 나를 보더니 빨간약통을 가져 오셨다. 아줌마는 약통을 붓다시피 엄지 손에 바르셨고 나는 이게 피인디 약인지 헷갈렸다.
약을 바른 후 곧장 무슨 흰 가루를 범벅으로 뿌려주셨는데 그렇게 많이 나던 피가 이내 멈춰버렸다. 놀란 가슴도 차츰 안정되었고 일련의 과정들이 어린 내가 보가엔 신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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