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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이다.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 시간 동안 영어를 한 줄이라도 더 봤으면!! 이라는 후회는 하지만, 다음 부터는 공부할 일이 있으면 집에 있지 말아야겠다. 드디어, 왜 사람들이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유난을 떨듯이 공부하는지 이해가 된다. 집은 블랙홀이다. 
브라더와 짧은 인사를 나눴다. 군대를 전역하고 늠름하게 집으로 왔지만 휴학 기간 동안 오랜 시간 집에 있다 보니 어떤 시도를 안 하는 모습이 너무 답답했다. 아까운 시간들인데..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나 역시도 그 범주에서 벗어 나질 못 했다. 집은 블랙홀이다. 허허.

동생과 인사를 나누며 자신감 잃지 말고 자존감을 잃지 말라고 말해두었다. 동생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나에게 하는 얘기 이기도 하다.

익살맞게도 오늘 스타킹 프로에서 영어킹이라는 특별 주제로 방송이 나왔다. 영어로 인한 고민 거리거 얼마나 국민적으로 형성이 되었으면 방송에서 까지 이 난리일까. 게다가 나도 거기에 편승하는 무리 중 하나 라고 생각하니 비참해졌다. 애써 상관 없어 보이려 하지만 인정하자. 영어 못해서 필리핀 간다. 젠장. 이게 100퍼센트 효율적인 답도 아니란거에 확신이 간다. 그래도 난 잘 할거다.

노래를 정리했다. 필리핀에서 공부하면서 또는 이동하면서 들을만한 노래들을 하나, 둘 채워넣엇다. 앞으로 4시간 뒤면 아부지와 함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주변 사람들에게 유난을 떠는 듯해 연락을 제대로 못했다. 필리핀은 3개월 단기간으로 갔다 오는거라 인사하기도 뻘쭘하고 후일 호주 갈 때 인사를 드려야지.
항상, 이렇게 무언가 조금씩 완성된 형태가 아닌 불완전한 형태로 무엇을 두고 오는게 마음이 아프다. 교회에서도 그랬고 대학에서도 그랬고 대학원에서도 그랬다.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픈데.

여튼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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