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中 마음에 드는 부분.

1969년 이라는 해는, 나에겐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진창길을 떠올리게 한다.



한 발짝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신발이 훌렁 벗겨질 것만 같은 깊고 끈적한 진창이다.



그런 진창 속을 나는 무척이나 힘겹게 걷고 있었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 암울한 빛의 진창만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마저도 그런 나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느리게 뒤뚱뒤뚱 흐르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미 저만큼 앞장서서 가고 있었지만,



나와 나의 시간만은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 주위 세계는 크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존 콜트레인을 비롯한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사람들은 변혁을 부르짖었고,



그 변혁은 바로 가까운 저 길모퉁이에까지 다가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모든 사건은 아무런 실체가 없는,



전혀 무의미한 배경 그림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거의 고개를 처박다시피 숙이고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내 눈에 비쳐지는 것은 무한히 계속되는 진창뿐이었다.



오른발을 앞에 내딛고, 그리고 또 왼발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조차 없었다.



그저 어디론가 가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作 ‘상실의 시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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