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1998)

Life Is Beautiful
9.5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시, 조르조 칸타리니, 귀스티노 두라노, 세르지오 비니 부스트릭
정보
코미디, 전쟁 | 이탈리아 | 116 분 | 1998-03-06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기 전과 영화를 본 후의 제목에 대한 무게가 달라진다. 영화를 보기 전엔 저 제목이 단순히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영화를 본 후엔 진하고 깊은 아련함을 가슴에 남긴다.

사실 유명한 영화지만 영화를 그렇게 찾아서 보지도 않고 많이 보는 편도 아닌 나인지라 이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다. 그저 지나가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 영화에 대한 감탄들을 더러 보았기에 ‘얼마나 재밌는 영화길래 사람들이 그럴까?’ 하는 막연한 호기심만 있었다.

그래도 영화 제목이 어떤 ‘철학’을 담고 있을 것 같아 한 번 보기로 했다. 근데 이게 웬걸? 영화 초반의 가벼움은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CG로 도배가 된 요즘 영화에 비해 화면은 완전 옛날스러웠고(1998년에 나온 영화니 당연한 사실) 잘 생기지도 않은 주인공의 가벼운 모습은 영화를 끄고 싶게 만들 정도로 경박스러웠다. 초반부터 제대로 실망스러웠으나 사람들이 다들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 끝까지 참고 보기로 했다.

초반의 가벼움은 점점 유쾌함으로 바뀌어갔다. 주인공의 넋살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 나라도 저런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넘어가 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묘한 우연을 가장한 그의 꼬시기 기술을 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선수 일세’ 라는 생각을 했다.

부족할 것 없는 도라에게 귀도는 순수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다가간다. 도라는 집안도 좋고 앞으로 결혼할 예비신랑도 똑똑하고 능력있는 남자였다. 어느 것 하나 그녀가 싫어할 만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내 인생이라는 것이 이런 물질적인 것과 명예라는 것으로 단편화 될 수 없다는 듯이, 그녀는 보잘것 없는 웨이터인 귀도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그런 보잘것 없는 웨이터인 귀도일지라도 항상 그녀를 ‘공주님’ 이라고 불러주지 않는가. 그녀를 공주로 만들어 주는 귀도를 그녀가 마다할 이유가 또 뭐가 있겠는가 싶다.

 

 

 

값비싼 실크 따위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상남자 귀도를 보면서 우리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되새겨 본다.

우리는 앞뒤가 바뀐 삶을 살고 있진 않을까? 사랑하는 이가 중요하다면서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직장으로 밀려 나가고 가족을 뒤로하게 된다. 나의 제일 1순위 목표를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등으로 삼으면서, 그 ‘좋은’ 이라는 것을 단순히 수치로 매겨진 스펙으로 판별한다.

정말 ‘좋은’ 것을 그렇게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 초반 내용을 보면서 유쾌하고 재밌긴 한데 로맨스로 끝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남녀와의 사랑을 보면서 인생을 이렇게 사랑으로만 한정 짓는 영화는 많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찰나. 영화 분위기는 급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귀여운 아들을 낳게 되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룬 귀도.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라는 여느 동화와 같은 결말로 치닫는가 싶은 찰나에 영화 전반적으로 ‘어떤 불안감’이 흐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도 웃음으로 풀어가려는 귀도의 모습에 살짝 얼굴을 찌푸리다가도 이내 얼굴을 펴며 영화를 감상했다. 이것이 어떤 것에 대한 포석이라는 것은 생각 못하고 말이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아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워 주려는 그의 노력이 다소 무모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부분에서 이미 아들을 위해 광대와 같은 행동을 하는 구나 라는 인식은 깔려 있었다. 아버지를 의심하면서도, 그의 대담한 행동들. ‘장난이라면 설마 저렇게 까지 하겠어?’ 라는 의아함을 만들 정도로 귀도는 최대한 아들이 가상의 게임 세계에 있다고 인식하도록 만든다. 그의 이런 부단한 노력이 무모함을 넘어서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점차 승화되어 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희망을 전하려 하는 그의 무모함은 보는이로 하여금 심장을 졸이게 하면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당장이라도 들켜서 총알 받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여유로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모습이 한층 더 따사롭게 다가오는 부분은 그의 아내와 같은 자리에서 보진 못했지만 같은 공간에서 봤었던 오페라 음악을 트는 모습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희망을 잃지 말자고 전하는 메시지와도 같고 그 역시 자신이 가장 행복했을 순간을 추억하는 이 행동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인생은 아름다워’ 라는 메시지를 조금은 알 것도 같은 순간이랄까.

놀라운 것은 귀도가 이 행동을 한 것이 바로 희망을 잃자 마자 라는 것이다. 사실, 귀도는 이 감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가 이전에 그랜드 호텔에서 일할 때 알게된 의사가 이 곳의 신체검사 의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인연을 통해 그는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생각은 허망하게도 무너졌다. 의사는 귀도의 생사 따위 관심도 없었다. 상식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집착을 보면서 귀도는 그에게 희망을 버린다.

바로 그 다음 순간 그는 오페라 음악을 튼 것이다. 모든 희망을 버렸음에도 그는 사랑을 추억하고 지금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의사의 모습은 당시 나치즘에 물든 사람들의 모습과 같은 것 같다. 집단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매우 두려운 요소이다. 그러한 행동은 어떠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 의사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수께끼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생명 따위는 저 멀리 버릴 정도였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가 완성되는 장면이다. 앞서 사람들에게 끌려갈 때 웃으면서 과장스럽게 걷던 그의 모습이 오버렙 되면서 그가 이번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이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을 때 아버지가 돌아왔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의 당당한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아빠는 바보같아’ 라는 듯이 말이다.

 

 

 

인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진 분명하지 않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삶이고 어떻게 살아하는 것이 그른 삶인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어제는 합법이었던 것이 오늘은 불법이 되어 이전에는 죄였던 것이 오늘은 죄가 아닐 수 있으며, 이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오늘은 죄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름답다. 라는 것. 아름다움은 예쁜 것과는 다르다. 예쁜 것은 잘 닦여 있어야 하고 말끔하고 깨끗해야 한다. 누더기로 뒤집어 쓴 냄새나는 미스코리아를 예쁘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답다’ 라는 수식어는 사용 가능하다.

인생은 때로 더럽혀 지기도 한다. 시궁창 같은 모습일수도 있다. 그 와중에 스스로를 버러지 같이 비하 할 수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되는 게 하나도 없냐’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인생도 아름답다.

문제는 더렵혀진 무엇인가가 아니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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